밤이면 밤마다-‘상냥한 맘’의 길고양이 이야기

마을 이야기

밤이면 밤마다-‘상냥한 맘’의 길고양이 이야기<41>

편집인 0 475 2023.11.09 21:24
갑자기 내 손가락을 꽉 잡아 버린,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대의 검은 손!
가로등 아래이고 이 마을을 잘 아는 나인데도, 깜짝 놀라 자망질색, 그만 아이고! 소리가... .
두 손가락만으로도 이리 힘이 세다니... !

나도 놀라고 그대도 놀란 정체는, 다름 아닌 시꺼먼 사슴벌레의 집게 발.
사료 그릇에 손을 대는 순간 나타났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산이 있는 마을이라 생명도 다양하다.
그날은 두꺼비의 느린 걸음도 만났다. 너구리는 밤인데도 선글라스 쓴 얼굴로 나온다. 풀어놓은 동네 개들은 제아무리 덩치가 커도 오금이 저리기도 한다. 호루라기 경찰이 가슴에 매달려 있긴 하지만 말이다.

요즘은 하찮게 마른 잡초 더미 사이에 포옥 싸여서 기다리는 길냥이들을 보면, 따뜻한 바람이 내 눈에만 보이는 호사를 누린다.
구내염이 심한 찹쌀이 아들은 잘 먹지 못하고 약해서 애들에게 좀 밀린다.
약을 탄 츄르를 따로 주는데, 간혹 담벼락에 있으니 할 수 없이 그곳에 준다.
담장 위에는 새들의 똥도 묻어 있으니, 내 미안함도 잠시 묻고 준다.
‘비 오면 지워지니까’를 휴지로 쓰면서... .

“어찌 그리도 밤마다 나가시는지? 대체 원동력이 무엇이오?” 아들이 물었다.
오늘은 비도 뿌리는 을씨년스런 11월의 밤. 한 번도 생각 못해 본 질문이라 바로 답을 못했다.
아들이 미리 답을 말한 적은 있었다. 예뻐서 하는 것은 아니고 도리로 한다고.
오늘 즉석에서 나온 말은 “야! 우리는 하루에 밥을 세 번 먹잖아. 한 번이라도 먹어야 안 죽을 것 아녀?”

아들 방을 나오면서 나는 진지한 답변을 한번 생각해보기로 했다.
11월의 밤은 사색하기도 좋고 수확의 계절이니 말이다. 혹시 정답을 수확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
_상냥한 맘

_출처: 네이버 블로그 ‘한옥마을 해맑은 이야기’ 중 [밤이면 밤마다] 
* 블로그를 방문하시면 더 많은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