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맘’의 길고양이 이야기 주지 않을 사랑

마을 이야기

‘상냥한 맘’의 길고양이 이야기<46> 주지 않을 사랑

편집인 0 6 04.14 18:14
길 건너 민박집을 하는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 달 된 새끼 두 마리를 어미가 버리고 갔다고.
눈에 눈이 잔뜩 끼어 병원 다녀왔다면서, 혹시 분양할 곳이 있을까 문의차 온 전화.
길냥이 밥 주다가 우연히 알게 되어 가끔 통화한다.
​이 애들을 만난 건 다음 날 저녁 무렵, 집 앞 시냇가에 놓은 사료 그릇 앞에서다.
아! 그런데 늘 먹던 큰 애들은 새끼들이 먹는 것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다.
정말 이런 경우를 많이 보는데, 항상 감격이다.
강아지들은 힘이 세면 뺏어 먹는데, 이 애들은 꼭 덮치지 않고 기다려 준다.
서로 아무 연고도 없는데.

앗! 차들이 지나치는데, 다 먹은 녀석이 길을 건넌다. 아! 위험하다. 흰색, 검은색 섞인 녀석은 몸이 너무 작아 달리는 차에 치이기 딱이다.
더구나 밤이고.
“밥을 주지 말아야겠다. 이곳에 당분간.”
애들이 좀 커서 도로가 죽인지 밥인지 알 때까지는.
이런 결단을 내릴 때 갈등이 되고 힘들다.
그동안 먹던 큰 애들은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근처에서 만나면 잠깐 주어도 되고.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밥이 딱 중단된다면 내가 사랑을 저버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만, 주지 않는 것은 더 큰 사랑임을 알까?

다 할 수 있어도 다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때로 사랑은 차가운 얼굴로 따뜻하다.
                                                                                                  _상냥한 맘

_출처: 네이버 블로그 ‘한옥마을 해맑은 이야기’ 중 [주지 않을 사랑]  * 블로그를 방문하시면 더 많은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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