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맘’의 길고양이 이야기 자꾸만 풀리네

마을 이야기

‘상냥한 맘’의 길고양이 이야기<43> 자꾸만 풀리네

편집인 0 141 03.26 21:56
“자꾸만 운동화 끈이 풀리네, 저녁마다.”
누군가 자신을 보고 싶어 하면 그런다는 속설이 있다. 이팔청춘도 아니고 싫어할 사람만 늘어갈 나이에! 밤마다 나를 좋아하는 길냥이라면 모를까!

찹쌀이 2세가 눈 온 날부터 여태껏 안 보인다.
찹쌀이는 쌀집에서 새끼를 낳아서 이름이 찹쌀이.
미인이라 자꾸 새끼를 낳아서 잡았었다.
애교만점이라 해꼬지 당하기도 쉬운 아이.
손으로 쏠랑 잡아서 치료하고 중성화 수술하여 입양까지. 복도 많은 녀석이라 또 다른 캣맘도 보살피다가 우릴 가족으로 맺어 주었던 아이.
찹쌀이가 난 새끼 중 다 죽고 남은 그 한 마리.

​그 애가 혹시 나를 보고 싶어라 하는 것일까? 구내염이 심해서 ‘츄르’밖에 못 먹던 녀석. 약을 탄 ‘츄르’를 담벼락에 놓으면 자꾸 흘러 애를 태웠고 다른 애들이 싹 다 빼앗아 먹어서 속을 태우던 녀석. 말라서 작으니 어디 버려진 군화에서라도 자는 걸까?

그리고 그 끈도 자꾸 풀리고 있는 걸까?
내가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나는 왜 또 안 보이면 속이 타면서도 동시에 편한 생각도 드는 것일까?
아 아, 이것은 진정 인간의 얍삽한 마음이 아닌가?
살짝 슬프다! 상냥한 맘이여!

끈을 더 조이고 묶으려다가 드는 생각!
아니지 더 몽땅 너펄너펄 풀어 놓으면 그 애의 군화집 끈도 풀려서 내 끈과 닿을지도 모를 일이야!
아! 아! 그런데 사실 이 모든 것은, 그와 내가 붉은 끈으로 엮인 그 인연 때문이겠지?

오늘 밤에는 제발 초승달이라도 뜨려나?
초생달 열쇠로 그 녀석이 못 나오는 사정이 있는,
그 어떤 빈집이라도 열고 들어가 볼 일... .
_상냥한 맘
_출처: 네이버 블로그 ‘한옥마을 해맑은 이야기’ 중 [자꾸만 풀리네  * 블로그를 방문하시면 더 많은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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