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맘’의 길고양이 이야기 마지막 식사 한 끼

마을 이야기

-‘상냥한 맘’의 길고양이 이야기<42> 마지막 식사 한 끼

편집인 0 347 2023.12.23 20:45
어쩌면 이 식사가 마지막 한 끼일지도 모른다.
사형수 이야기가 아니다.
하루 한 끼 애들 밥을 챙겨 주면서 든 생각이다.
요즘 추워서 길냥이 친구들이 몇 마리 안 보인다.
특히 아픈 찹쌀이 2세가 걱정이다.

 눈길에는 애들 발자국이 깊이 찍힌 채로 녹지 못한 곳이 있어 찬찬히 들여다본다.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고요가 거기 있다.
얼마나 깊은 고요인지, 보는 눈을 가진 사람만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추위를 견디라고 캔을 따서 놓지만, 바로 먹지 않으면 금세 얼 것이다.

 핫팩이 얼마나 갈 것인가?
나는 언 밥을 일부러 먹어 본 적이 있다. 고 이외수 소설가가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실제로 맛본다고, 한겨울 옷을 벗고 물을 끼얹었다는 글을 읽고서... . 젊은 시절 그때는 정말이지 감동했다.
언 밥, 언 사료... .

 추운 애들이 차 밑이나 엔진룸까지 가서 녹인다.
겨울에는 아침에 차 열쇠로 똑똑 노크를 하지 않으면 차도 고장 나고 애들도 어찌 될지 모른다.
추워서 보일러 온도를 높이려다 망설이다 중간지점에서 타협한다. 한옥은 춥고 마른 편인 나도 추위를 타기 때문이다.

 평범한 소시민인 내가, 이 겨울에 억울한 옥살이나 노숙자나 길냥이를 생각해서 기껏 하는 것이라고는 고작 가족과 다투면서 헛발질할 뿐이다. 온도가 높네, 낮네. 견딜만 하네, 어쩌네 하면서 찌질하고 사소하게 다투는 일만 능숙하다. 
가끔은 ‘애들에게 들어가는 돈이면 뭐 펑펑 따숩게  살텐데... .’ 하면서 말이다.
다시 춥다!
_상냥한 맘

_출처: 네이버 블로그 ‘한옥마을 해맑은 이야기’ 중 [마지막 식사 한 끼]  * 블로그를 방문하시면 더 많은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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