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이별 연습을 2 -‘상냥한 맘’의 길고양이 이야기

마을 이야기

틈틈이 이별 연습을 2 -‘상냥한 맘’의 길고양이 이야기<40>

편집인 0 480 2023.10.10 23:46
낯선 전화번호가 떴다. 소박한 여자 목소리이다.
편지를 보고 몇 시간도 안 되어 온 전화. 이런 복음이 또 어디 있을까?
 아들이 길냥이 밥을 주면, 건너편 회사의 외국인 노동자가 가끔 해맑은 웃음과 함께 손을 흔들어 주더란다. 어느 날부터 사람 수가 줄더니 보이지 않더라고 했다. 바로 그 회사에 다니는 분이었다.

 그분은 가끔 아들을 보았는데 이쁘게 보았다는 것이다. 자기도 애들에게 종종 사람 밥을 주었다고 했다.  아들이 삐쩍 말라서 밥을 주기 시작했던 고양이는 건강해졌는데 공장에서 새끼를 낳았고 얼마 전 죽었다고 했다. 한동안 안 보여서 아들은 걱정했었는데 결국... .

 아들은 그분과 화요일에 만나서 사료를 주기로 했다. 나는 한옥마을에 사니 한번 오시라고 했더니 여기를 자주 다닌다고 하였고 조만간 올 거라고 했다.

 아들이 몇 살이냐고 물었고 당신의 딸 나이를 말했다. 우린 갑자기 정작 당사자들은 빼고 신나게 이야기를 했다. 하하하! 부모 마음은 다 같다. 게다가 나이도 서로 좋다.  동물을 사랑하는 부모님과 자녀들이면? 음! 일단 따스한 사람들임이 틀림없겠다. 갑자기 묘한 생각이 들었다. 길냥이들이 보은으로다가 중매라도 서려나? 그렇담 묘한 중매쟁이임에 틀림없겠다. 어쨌든 너무 기쁘고 아들도 한시름 놓았다.

 가끔 동물들도 보은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솝 우화를 너무 많이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세상엔 경험해야만 아는 일이 있는데, 설명은 어려우나 가끔 길냥이들의 보은이라고 몸으로 강하게 느낄 때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

 중성화 수술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사람들은 실상 캣맘, 캣대디라고 생각한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해결책을 생각하게 되기에 그렇다.
 밥 주니까 개체수가 늘어난다? 아니다.

친해지고 구출해서 수술하니 줄어든다의 싸움 속에서, 옳다 그르다, 생각이 같냐 다르냐의 견해 또한
오늘도 진행 중이고, 답이 없는 답답함 속에서도  이런 인연을 만나게 되니 참 묘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_상냥한 맘

_출처: 네이버 블로그 ‘한옥마을 해맑은 이야기’ 중 [틈틈이 이별 연습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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