杏仁의 길 담화 비단강 따라 걷는 길

길 이야기

杏仁의 길 담화 <47> 비단강 따라 걷는 길

편집인 0 389 2023.06.14 20:22
군산 구불길, 비단강길


군산 구불길은 ‘이리저리 구부러지고 수풀이 우거진 길을 여유, 자유, 풍요를 느끼며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길’이라는 의미다.

 전북 군산시는 2009년부터,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길을 뽑아 오랜 시간 걸을 수 있도록 ‘군산 구불길’이라는 도보 여행 노선을 조성했다.

 군산 구불길은 비단강 길, 햇빛 길, 큰들 길, 미소 길, 구슬뫼 길, 달밝음 길, 물빛 길, 탁류 길, 새만금 길, 고군산 길, 금강 하굿둑 길의 열한 개 노선에 210여 ㎞에 이른다.   

 이중 첫 번째 노선으로 조성된 구불 1길은 ‘비단강길’이라 이름 지었다. 비단강길의 주인공은 금강이다. 채만식 문학관, 금강철새조망대, 금강호관광지, 오성산, 나포십자들과 군산역에서 내흥동 구석기 유물을 만날 수 있다. 강물이 흐른 세월만큼이나 전설과 역사, 자연과 생태를 품은 길이다.   

 군산시 내흥동 군산역 2층에 있는 내흥동유적전시관은 구석기시대 유적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장항∼군산 간 철도연결공사 구간 내에서 조사된 구석기시대 문화층, 신석기시대 유물포함층, 원삼국시대 주거지, 조선시대 토광묘 등 유적을 살펴볼 수 있다.

군산역에서 나와 잠시 걷다 보면 비단결처럼 강줄기가 펼쳐있고 금강변에 국내외 시인 20여 명의 시를 자연석에 새겨놓은 진포시비공원이 있다.   

 금강체육공원과 채만식 문학관을 지나면 금강호시민공원 중앙광장 옆에 진포대첩비가 우뚝 서 있다. 1999년, 군산항 개항 100주년을 기념해 세웠다. 돛을 상징하는 높이 17.9m 화강암 비석은, 날개 모양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고 두 조형물이 만나는 가장 높은 곳에 진포대첩에서 왜구를 쳐부순 화포가 하늘을 향해 화구를 겨눈다.

금강호시민공원 한편에 어도(魚道)가 있다.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는 회유성 어류들의 통로이다. 산란을 하기 위해 바다로 나가는 참게, 뱀장어를 비롯해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항복, 웅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어종이 드나든다.   

 어도를 관람하고 금강호휴게소로 가다 보면 지하통로에서, 어릴 적 꿈과 희망을 주제로 한 공공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어 지하보도를 지나면 금강호휴게소가 나온다, 휴게소 전망대에 오르면 금강과 충남 서천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금강을 따라 걸으면 금강철새조망대가 나온다.

금강하구둑 위쪽 갈대숲은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다. 가창오리, 청둥오리, 기러기, 혹부리오리, 재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 물떼새 등 각종 희귀 철새들이 수십만 마리씩 날아와 겨울을 지낸다. 특히 가창오리 군무는 장관이다,

몰려오는 철새탐조객들에게, 해마다 11월 초에 열리는 군산세계철새축제는 축제와도 같다.   

 철새조망대 맞은편 생태습지공원을 둘러보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성덕마을 비보림이다. 본래 삼나무와 소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소나무만 있다.

 오성산 인근 비보림은 마을의 앞이 산줄기에 감싸여 있질 않고 열려있어 마을이 외부에 노출되는 단점을 막아주기 위한 방책이다. 오성산의 동편 수심마을이 복주머니처럼 입구가 막혀 있어 마을 입구에서조차 안쪽 마을 입구가 보이지 않는 지형이다.   

 성덕마을에서는, 오성산과 오성인을 주제로 한 공공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성덕마을 안쪽 항동제를 돌아서 임도를 따라 구불구불 해발 227m 오성산에 오른다. 정상에 오르다 보면 군산기상대에서 관리하는 레이더기지가 있고 계단을 걸어 이윽고 정상에 닿으면 금강 물줄기를 바라볼 수 있다. 오성산 정상에는 무덤 다섯 기가 나란히 있다. 나라를 지키다가 죽음을 당한 백제의 다섯 장군을 모신 ‘오성인의 묘’이다.

 내려가는 길은 두 갈래로 갈라졌다가 다시 만난다. 패러글라이딩 활강장을 지나서 오성산을 내려가는 등산로가 있고, 체육시설 옆으로 물탕골을 지나서 수심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수심마을에는 일광사, 분재원, 고인돌 등이 있어서 마을을 찬찬히 돌아볼 만하다.   

오성산을 내려와 서포리 쪽으로 발길을 돌려 서왕마을, 내촌마을, 원서포마을을 지난다. 지나는 길목에서 철새, 나포십자들, 벼 등을 소재로 풍요로운 고장을 표현한 공공미술작품들을 만난다.

내촌마을을 통과하여 금강 쪽으로 가면 탐조회랑이다. 여기서부터 원나포 사이에 넓게 자리한 나포 십자들을 따라 금강변을 걷는다.

나포십자들은 금강의 노을을 볼 수 있는 명소이기도 하거니와 ‘철새도래지 쌀’이 나는 평야이기도 하다. 나포십자들 제방둑길을 걷다 보면 작은 쉼터가 두 곳 있다. 군산시가 구불길을 조성하면서 도보여행객이 휴식을 취할 수도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겨울철에는 쉼터에 앉아 철새의 군무를 감상할 수도 있다.   

 원나포 공주산에는 여러 설이 전해진다. 공주의 태가 묻혀 있기에 공주산이라 부른다는 설과 이 산이 공주에서 흘러왔다는 설이 있다. 또 고조선과 연결된 설은 역사를 배경으로 전해진다. 고조선의 준왕이 위만에게 나라를 빼앗긴 후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 새로운 땅을 찾았는데 이때 준왕이 처음 상륙한 곳이 바로 금강 하류인 나리포의 공주산이고 준왕은 산을 넘어 익산에 가서 나라를 세웠는데 이때 왕의 공주가 머물렀던 곳이어서 이 산을 공주산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다. 왕이 공주를 데리러 왔다고 해서, 공주산의 앞산은 왕이 왔다는 뜻의 어래산(御來山)이라 불린다는 것이다.   

 공주산이 있는 나리포는 고기잡이와 농사를 둘 다할 수 있어서 비교적 풍요로운 마을이었다. 군산 앞바다에 조기잡이 배들이 모여들어 파시가 열리면, 배들이 금강을 따라 원나포로 들어와 포구의 객주들에게 물건을 팔았는데 제법 큰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뱃사람과 장사꾼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과 여관, 가게들이 들어섰다고 한다.     

 원나포마을 안쪽으로 농로를 따라 걸어가면 ‘즐거운 자연학교’가 있다. 옛 나장초등학교가 폐교한 이후 2005년 새롭게 꾸민 곳, 이곳이 비단강길의 종점이고 햇빛길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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