杏仁의 길 담화 군산 은파호수 물빛길

길 이야기

杏仁의 길 담화 <46>군산 은파호수 물빛길

편집인 0 383 2023.05.08 23:55
아이야! 은파 가자!

 봄빛 찬란하게 쏟아지는 날, 은파 호수 물들이는 꽃빛 따라서 손을 잡고 걷는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물빛처럼 반짝이는 은파는 물빛다리와 음악분수가 어우러지는 야경이 으뜸이고 봄철 벚꽃동굴은 눈과 마음을 핑크빛으로 물들인다.
 은파는 군산 시내에 있다. 낮은 구릉지대의 울창한 수림과 역사 깊은 은파호수를 중심으로 70만 평에 이르는 광활한 땅에 조성한 국민 관광지이고며, 전국체전 때 조정경기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군산시가 군산 곳곳을 잇는 도보여행길로 '구불길'노선을 만든 군산시는, 이곳 은파에서 옥산면 청암산 군산호수(옥산수원지)를 이어 총 18km를 구불5길 '물빛길'이라 이름 지었다. 


벚꽃이 장관을 이룬 봄날 은파호수에는 꽃비가 내린다.


 
오르내림 없는 도심 속 산책길,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군산 은파(銀波)는, 그 오랜 역사를 입증하듯 여러 이름으로 불리어 온 호수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도 표기되어 있는 은파는, 고려 말 무렵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은 '미제지는 둘레가 1만 9백10척'이라 기록해 아주 큰 방죽이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본래는 쌀뭍방죽, 미제(米堤)방죽이라고 불렸지만, 1975년 유원지로 영업 허가를 내는 과정에서 사업자가 은파(銀波)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후 1985년, 은파호수는 국민관광지로 지정됐다. 

 미제(米堤)방죽 근처에는 쌀 미(米)자가 들어 있는 지명이 많다. 미원동(米原洞)·미성동(米星洞)·미장동(米場洞)·미룡동(米龍洞) 등이
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금강 하구 습지와 미등록 농지 등을 탈취해 불이농장(不二農場)을 조성하고 쌀을 수탈해간 흔적이라고도 한다.  은파호수에는 미룡저수지라는 이름도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관리 명칭이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3,300여 개 저수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이라고 한다. 미제지와 선제저수지(옥구읍 선제리) 용수 관리를 목적으로 1908년 우리나라 최초로 옥구서부수리조합이 설립됐고, 이후 전북농지개량조합을 거쳐 오늘날 한국농어촌공사로 통합됐다. 은파에 농어촌공사 100주년 기념탑이 있는 이유있다. 옥구서부수리조합 100주년이던 2008년 한국농어촌공사가 세웠다.

 은파호수는, 370미터에 이르는 물빛다리가 장관이다. 호수에 전해지는 세 바우(바위) 전설을 형성화해서 재현한 인공 경관이다.
 <옛날에 심술궂은 부자가 살았는데, 하루는 거지 중이 시주를 요청하자  오줌바가지를 가져와 시주그릇에 가득 담아 주었다. 이를 본 며느리가 쫓아가 쌀 한 되를 시주하며 시아버지 잘못에 용서를 빌었다. 중은 며느리를 바라보더니, "소승은 부처님 사자로서 시아버지가 하도 지독하다 하여 확인하러 온 것이며, 시아버지는 곧 화를 입을 것입니다. 부인은 부처님의 자비를 받을 것이니 내 뒤를 따르시오. 그리고 절대 뒤돌아보지 마십시오!" 하는 것이었다.
며느리는 아이를 등에 업고 정신없이 길을 떠났다. 그러나 가다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는데, 크나큰 파도가 마을을 뒤덮고 있었다. 중의 말이 생각나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아차, 아이를 업은 채로 중과 함께 돌이 되어 버렸다.>
 세 바우 전설은 전국 어디에나 지명에 얽혀 전해지는 '장자못'설화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전설은 아이와 개, 승려도 돌이 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장자못 설화와 다른 특징이 있다. 은파의 전설을 간직한 듯 은파에는 애기바우, 중바우, 개바우가 남아 보존돼 있다.

 물빛다리를 중심으로 산책로와 자전거길, 분수와 야간 조명이 이어진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서 호수에  비친 자연의 풍광을 즐기고, 밤에는 조명으로 연출된 빛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물과 빛으로 은은한 행복감을 주는 편안한 휴식처다.
 오르내림이 없는 도심 속 산책길이어서 한가하게 거니는 가족들과 연인들이 많다. 
 봄날의 은파 호수는 꽃비 천지다. 호수를 빙 둘러 잘 가꾼 산책로에는 벚꽃 나무가 무성하다.  봄 벚꽃들이 피어나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꽃의 호수로 변신하고 그 위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면 꽃들을 머금고 은빛 호수 위에 꽃비가 되어 내린다.
 봄빛 찬란하게 쏟아지는 날, 호수를 물들이는 꽃빛 따라서 손을 잡고 걸어 본다면 은파호수 산책로는 그야말로 즐거운 소풍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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