杏仁의 길 담화 곰소항 소금밭길

길 이야기

杏仁의 길 담화 <45> 곰소항 소금밭길

편집인 0 357 2023.05.07 15:51
소금과 젓갈의 명소 곰소염전은 한반도에서 몇 안 되는 천일염 산지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젓갈을 사러 찾아드는 이들이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왕포마을(부안 진서면 운호리)에서 곰소염전까지 이르는 길은 부안변산마실길 7구간, ‘곰소항 소금밭길’이라고 이름이 붙어있다.
전나무숲길을 따라 걸어 천년사찰 내소사에 닿고, 고려시대 청자 가마터인 진서 도요지, 젓갈의 명승지 곰소항까지 골고루 둘러볼 수 있는 이 길에서는, 생선 내음 가득한 칠산어장, 변산팔경 중 1경 웅연조대(熊淵釣坮)를 감상할 수 있다. 시간 반쯤 걸은 뒤에 맛깔스런 젓갈백반을 맛본다면 금상첨화겠다.
 옛 사람들은 곰소를 ‘하늘에서 볼 때 우물 안에 곰이 박혀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웅연(熊淵)이라 불렀다고도 하고 웅소(熊沼)라고도 했다고 한다. 진서리 남쪽 어항 곰섬 앞바다에 깊은 소가 있어 곰소라 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 소를 여울개라 하는데 칠산바다의 수호신인 개양할미가 이곳을 건너가다가 무릎까지 빠졌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도 했다. 웅연조대는, 줄포에서 시작해 곰소 앞바다를 지나는 어선들의 행진과 그 풍요로운 정경을 말한다.
 원래 무인도 3개로 되어 있던 곰소는 일제강점기에 항구가 됐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전진기지이던 줄포항이 뻘로 메워지며 큰 배를 댈 수 없자, 일제는 1942년에 곰섬, 범섬, 까치섬을 연결하는 제방을 쌓아 육지로 연결하고 항만을 축조했다. 이후 일제는 줄포항 대신 곰소항을 통해 물자를 반출해가는 한편 칠산어장의 어업전진기지로 삼았다. 그 뒤 제방 안쪽에 염전이 만들어지고 제빙공장도 들어섰다. 200여 톤급 배가 드나들게 되고, 1958년에는 줄포에 있던 어업조합과 부두노조도 곰소로 옮겨왔다. 이렇게 해서 곰소항은한때 배 150여 척을 수용할 수 있는 큰 항구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조기, 새우, 민어, 병어, 아구, 꽃게, 갈치 따위 해산물이 넘쳐나고 김 양식도  활발해 어시장도 꽤 융성했었다. 조기잡이 배들이 줄을 이어 바다에 나서면 그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수심이 낮아지고, 연근해 어족 자원이 줄어들면서 곰소항은 쇠락했다. 하지만 아직도 염전은 살아있고, 주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젓갈장사에 나선 것이 지금 젓갈단지의 시초다.
<구간> 왕포마을-운호마을-관선마을-작도마을-곰소항-곰소염전(6.5km)
_杏仁(길 안내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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