杏仁의 길 담화 적벽강 노을에 발을 멈추고

길 이야기

杏仁의 길 담화 <44> 적벽강 노을에 발을 멈추고

편집인 0 426 2022.10.03 23:59
가을빛 주말 오후, 해 저무는 적벽강 노을길을 걸어보라! 서해 변산 어디서나 노을은 아름답지만, 그중 적벽강은 절창이다. 저무는 노을 바라보며 작은 자갈밭 거닐다가 인어공주의 노래를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성천 포구에서 격포로 가는 바닷가 길목에 적벽강이 기다린다.   

 해변이 길고 수심 얕은 곳이 많아 볼 수 있는 바다가 갈라지는 기현상을, 변산 볼 수 있는 곳은 변산 마실길 1구간 3코스 중간 하섬(蕸섬, 鰕섬)이다. 하섬은 매월 초하루와 보름 무렵 2~3일 동안 바다가 폭 20여 미터로 갈라져 바닷길이 난다고 한다.

 하섬에는 전설이 있다. “효성 지극한 노부모와 자식이 살고 있었다. 고기 잡으러 나간 부모의 배가 태풍을 만나 난파를 당해서 겨우 하섬에 상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파도가 너무 심해서 아들이 부모를 구하러 갈 수가 없었다. 효성이 지극했던 아들은 용왕님께 간절하게 기도했고 용왕님은 그 기도를 받아들여 하섬에서 육지까지 바닷물을 갈라 길을 만들어 주었다. 아들은 이 길을 따라 하섬으로 달려가 부모를 무사히 구했다.” 그 후로 음력 초하루와 보름이 되면 바닷길이 갈라진다고 한다.



 진주처럼 고운 풍광을 따라 해변도로를 걷다 보면 어느새 적벽강과 수성당에 이른다. 적벽강 천혜의 절경은 중국의 시인 소동파가 노닐던 적벽강(중국 황주)에 비유된다.

 적벽강 여우골은 소용돌이치는 파도가 여우가 사람을 홀리듯 한다 해서 여우골이라 하기도 하고, 여울이 소용돌이친다 해서 여울골이라고도 한다. 전설에,  아득한 옛날 개양할미가 수성당 옆 ‘여울골’에서 나와 서해바다를 열었다고 한다. 개양할미는 서해바다를 걸어 다니며 깊은 곳은 메우고 위험한 곳은 표시하여 어부를 보호하고 풍랑을 다스려 지나는 선박의 안전을 도모하고, 어부들로 하여금 고기가 잘 잡히게 했다고 한다. 아름답다는 서해안 낙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적벽강의 위 수성당은 이 개양할미와 그의 여덟 딸을 모신 제당이다. 어민들은 매년 음력 정초면 이곳에서 수성당제를 지낸다. 조선 순조 1년(1801)에 처음 제당을 세웠다고 전해지는데 지금 것은 1996년에 새로 지었다.

 수성당을 지나 내려가면 얼마 안 가서 대명리조트 뒷길을 지나 곧 격포항이다. )   

 1993년 위도 참사를 계기로 격포항은 급격히 현대화되었으며 이후 들어선 대명리조트와 이순신 촬영 세트장은 전에 없던 새로운 추억거리가 되었다. 격포항은 이러한 시설들이 들어선 데에 힘입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변산마실길은 어느 길에서든 바다를 보며, 바닷가 길과 숲길을 번갈아 가며 걷게 된다. 숲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평지이고, 평지를 걷다 보면 어느새 바닷가 길로 내려선다. 오르는 길도 그리 험하지 않고 내리막길도 많지 않다. 노선 중간중간에 아스팔트 길을 이용해야 하나, 여기에도 변산반도 특유의 아름다움과 정취가 있어 다시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격포항은 조용하지만 바다의 일렁임이 제법 찬란하다. 서낭당이 있었음직한 바닷가 소나무 숲 사이로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음악처럼 들으며 걸음을 떼고, 모래알 반짝이는 백사장과 비릿한 갯내음이 코를 찌르는 낡은 어선들 틈을 지나는 동안에, 금쟁반 같기도 하고 은쟁반 같기도 한 바다 위 수평선을 향해 해는 시나브로 빠져든다.  _杏仁(길 안내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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