杏仁의 길 담화 변산마실길 두 번째 노선, 송포~성천, 6㎞

길 이야기

杏仁의 길 담화 <43> 변산마실길 두 번째 노선, 송포~성천, 6㎞

편집인 0 408 2022.10.03 23:56
바닷가 상사화길
 
서해 변산의 부안마실길은 사시사철 아름답다. 전북의 길 지도에서 단연 빛나는 보석이다. 마실길 개통 이후 관광객도 급증했으니 부안군에게는 커다란 복덩어리이기도 하다. 해안코스 8개 노선 66km와, 내륙 코스 5개 노선까지 무려 167km에 이르는 길이다.

 부안 마실길이 인기를 끈 비결은, 단연 변산반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때문이다. 변산반도는 197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고, 1988년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지만 오히려 국립공원지역에 묶여 개발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덕분에 아직도 옛 풍경을 듬뿍 유지하고 있다. 맛과 풍경, 이야기 이렇게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 해서 '변산삼락(邊山三樂)'이라 불리기도 한다.     
 
부안 마실길은 노선마다 붙여진 이름만으로도 탐방을 대신한다. 부안의 해안길과 내변산 일대의 자연경관은 물론 유적지와 명소들을 총망라하다시피 했다. 첫 번째 노선은 조개미 패총길, 두 번째는 노루목 상사화길, 이어서 적벽강 노을길, 여인의 실크로드, 해넘이 솔섬길이고, 이어서 모항 갯벌, 쌍계제 아홉 구비, 곰소 소금밭 이렇게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환경과 역사를 미리 말해주고 있다. 

 여름의 끝, 지금 한창 걷기 좋은 노선은 노루목 상사화길이다. 송포 갑문에서 사망마을(1.0km) ~ 고사포해수욕장(3.0km) ~ 성천 마을 (2.0km)까지 걷는 데에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철책 초소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적으로 피어나 무리를 지은 붉노랑 상사화 밭이다. 푸르다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옆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이 처연할 만치 아름답다. 상사화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 꽃이 피면 잎이 없고, 잎이 피면 꽃이 없어 서로 만날 수 없다는 슬픈 사랑이다.     

사망암은, 세도정치에 왕권이 쇠퇴하고 정사가 문란해질 때 이곳에 유배되었던 한 선비가 때를 기다리며 임금님이 계신 곳을 바라보았다는 전설이 담겼다. 사망암을 돌아 나오면 고사포 해변 고운 금빛 모래가 펼쳐지고 멀리 건너에 옥녀봉이 바다를 향해 손을 뻗고 있다. 마치 옥녀가 가야금 타는 듯하다. 솔향 가득한 송림을 지나면 옥녀가 머리를 감았다는 성천에 도착한다. _杏仁(길 안내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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