杏仁의 길 담화 (38) 운장산 마조마을

길 이야기

杏仁의 길 담화 (38) 운장산 마조마을

편집인 0 691 2021.11.10 00:21

마조 마을은 암 환자들이 생명을 찾아올 만큼 공기가 맑은 오지다.

 진안군 정천면 봉학리 마조 마을은, 생의 외경을 선방의 노스님이 죽비 내리치듯 깨닫게 해주는 곳이다. 해발 1125m를 훌쩍 넘는 운장산 기슭에 숨어 있는 산골짜기 끝 마을, 5만 분의 1 축적의 지도에서나마 미미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궁벽한 작은 마을이다. 그러나 마을이 그나마 알려지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암 환자 덕분이라고 한다.

 마조 마을은 보통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소백산맥 끝자락에 박힌 오지마을이지만, 말기 암 환자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찾아드는 곳이기도 하다. 동구 밖 과수원 길에는 여느 오지마을과는 달리 초등생들의 목소리가 투명한 새소리처럼 울려 퍼진다. 아이들의 부모 중 누구 한 명은 말기 암 환자일까? 말기 암 환자가 치료에 좋다는 곳을 알음알음 수소문한 끝에 마조 마을을 택해 온다고 했다.

 오지마을이 대개 그렇듯이 마을 주민들이 전해주는 마을의 역사는 사실 보잘것없다. 막다른 산골짜기에 마지막 똬리를 튼 마조 마을에서 논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아득한 시절 손바닥만 한 논들이 있었고 지금은 버려진 묵정밭으로 변한 지 오래라 한다. 봄에는 산나물과 약초를 캐고, 여름에는 뱀을 잡고, 가을에는 곶감을, 겨울에는 사냥을 주 수입원으로 살아왔다고 한다.

 마조 마을은 자연과 인간이 그냥 한 덩어리인 공간이다. 마조 마을은 마을 뒤로 운장산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그 전망과 풍경이 아름답다. 특히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맑은 계곡 물을 찾아 밀려드는 골짜기의 끝자락이기도 하다. 길을 조금만 오르면 상수원 보호구역이어서 차량 통행이 금지된다. 상수원 보호구역이 끝나는 경계지점까지 사람들이 찾아들어 물놀이를 즐기는 청정 피서지역인 셈이다. 씨 없는 곶감과 꿀(한봉), 산양산삼, 표고버섯, 고로쇠 수액 등 운장산 자락에서만 생산되는 특산물이 청정의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덕분에, 마조 마을과 이웃 학동마을이 산촌생태마을로 지정돼 있다.

 
아기자기한 벽화로 단장한 마조 마을 회관

 학동·마조 산촌생태마을은 천혜의 자연생태환경 속에 생태체험과 휴양여건을 갖췄다. 산림문화휴양관을 중심으로 마을 곳곳과 주변 골짜기에서 버섯, 밤, 도토리 따기 등 자연체험과 고구마, 감자 캐기, 감 따기 곶감 깎기 등 농사체험, 달집 태우기, 쥐불놀이, 연날리기 등 민속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마조 마을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아토피 친화학교가 있다. 학생이 줄어들어 한때 폐교 위기에 놓였던 조림초등학교가, 아토피로 고생하는 학생들을 위해 아토피 치료 시설을 갖춰놓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전국에서 알아주는 '아토피 치료 학교'로 탈바꿈했다. 이 학교에서는 아토피에 도움이 되는 자연밥상을 접하고, 화학물질이 없는 천연비누, 샴푸, 해충 퇴치제, 보습제 등 각종 아토피 케어 생활용품을 사용하며 친환경 생활습관을 익힌다.     

  마조 마을 입구 마을회관은 아기자기한 벽화로 단장돼 있고, 그 앞에 정자나무는  키가 엄청나게 커서 하늘 높이 치솟아 있다. 나무에 걸려 있는 커다란 그네를 타면 다 큰 성인들도 기가 질릴 만큼 높이 솟구친다.

 마을 오른쪽 임도로 올라서 조금 가면 골짜기에 두어 군데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쇠막골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계곡 물을 찾는 피서객들을 상대로 여름장사가 한창이다. 그리 넓지 않은 골짜기 개울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더 깊숙이 쇠막골 골짜기를 내려다보며 운장산 동봉과 각우목재 방향으로 임도를 따라 올라갈 수 있다. 한 여름 폭염에 시달리다 보면 어디 깊은 산속에 들어가 맑은 물에 몸을 던지고 싶을 때 운장산 쇠막골 골짜기로 들어서면 호흡이 저절로 편안해진다.

 임도를 따라 3km 정도 걸어 올라가면 운장산 뒷자락 고갯마루 즈음에서 높은 산 깊은 숲 속 작은 개울가에서 보석 같은 휴식을 취하고 돌아올 수 있다.

 능선에 오르면 운장산(1125.9m) 봉우리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고갯마루는 운장산 동봉(1113.3m) 바로 아래편이다. 여기서 왼쪽으로는 운장산 동봉으로 치닫고, 오른쪽 길은 각우목재를 지나 구봉산 천황봉으로 향하게 된다. 고개를 넘어가면 기암괴석의 운일암반일암 골짜기로 이어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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