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기: 주민의 힘으로 독립 운영 발 떼다(2016~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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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기: 주민의 힘으로 독립 운영 발 떼다(2016~2018)

편집인 0 1,491 2021.04.16 23:18
1. 주민 스스로 운영하기 시작

 평화동마을신문이 독립운영하게 된 데에는 2015년부터 그 계기가 주어졌다.
편집인을 ‘사회복지활동가’로 채용해 지원하던 학산복지관이 마을신문 독립 필요성을 이미 인식해 오던 차에, 편집인과 주민기자들을 중심으로 독립 운영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복지관으로서도 복지관 자체 예산을 들여 마을신문을 감당할 수는 없었기에 일찌기 마을신문의 독립적 운영을 고민했던 바이기도 했다.
회계 상으로는 학산복지관 사업계정을 통해 마을신문을 운영했으나, 이미 상당 부분 마을신문 회원들의 회비에서 충당하던 시기였다.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복지관 시스템과 마을신문의 특성 간의 차이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하나의 미디어이자 마을 공동체운동의 성격을 지닌 마을신문은 종사자가 외부 활동을 빈번하게 해야 했고, 덕분에 야간이나 주말 활동도 많아서, 복지관의 여느 종사자와는 사뭇 업무 환경이 달랐다. 마을신문 편집인은 마을 사람들과 만나느라 때로는 낮술도 대작하며 활동하는가 하면, 주말 활동도 잦을 수밖에 없었으며, 마을이 경조사 같은 대외 활동에도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복지관의 여느 종사자와 똑같이 출퇴근 시간을 지키고 업무 시간 중 수시로 열리는 부서회의에 참석하거나 순번이 돌아오면 당직근무도 서는 한편으로, 마을신문 고유의 활동을 위해서는 따로 야근을 하거나 해야 했다.
그러나, 복지관 입장에서, 종사자가 복지관의 운영체계 안에 머물지 않는 활동을 용인해줄 수는 없었다.

마을 안에서 마을신문의 역할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었다. 처음에 학산복지관 사업으로 시작한 주민기자 활동이 마을신문으로 성장했기에 다른 복지관에서는 마을신문 보기를 학산복지관 사업으로 여기는 정도에 그쳤으며, 이 때문에 평화동마을신문은 마을 안의 소통매체라기보다는 학산복지관의 대 주민 소통매체에 그치는 듯한 한계에 부딪혔다.
주민기자들을 비롯한 마을신문 회원들은 이런 현실에 즈음해 마을 안의 소통매체로 나아가고 싶다는 뜻을 모으기에 이르렀다.

 때마침 마을에 점포를 가진 모 금융기관이 남는 공간을 마을 활동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제안을 해와 운영 제안서를 전하기도 했으나 금융기관 자체 사정으로 불발.
그러던 중 2015년 9월, 마침내 마을신문 편집인이 학산복지관에 사표를 던지고 마을신문 일에만 전념하겠다고 나섰다.
미디어로써 마을신문의 성격과 복지시설로써 복지관의 운영체계가 충돌해온 지점에서 편집인이 스스로 탈출을 선언한 것이다.
편집인은 복지관 종사자로서 적으나마 받아온 인건비는 당연히 포기해야 했다. 마을신문의 독자 능력으로는 인건비는 도저히 지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마을신문을 계속 하려면 인건비 없이 운영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일부 발행위원은 그러느니 차라리 마을신문도 포기하는 게 어떠냐고도 피력했지만, 편집인은 인건비를 받지 않고 무보수 봉사로 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주민들의 후원금만으로 마을신문을 발행하고 있던 터이니 인건비 지출만 없으면 자체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오히려 발행위원들을 다독였다. 

이때부터 마을신문은 편집인까지 전 회원이 봉사하는 형태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독립적 신문 발행을 시도하게 된 출발점이다.
아직까지 학산복지관에 마을신문 사업계정이 있는 만큼, 복지관 측은 사회복지사 1명에게 마을신문 업무를 배정해 다른 고유업무와 함께 마을신문 사무를 지원하도록 했고, 간간이 기자들의 편집회의 장소를 제공했다. 자연스레 주민기자들과 학산복지관의 협력체제가 이뤄졌다.
2015년 가을부터 2017년 초여름까지 2년 가까운 이 기간, 마을신문 활동에 약간의 정체 현상도 나타났다.
복지관에서 제공했던 마을신문 회의 공간은 장난감 대여공간으로 바뀌었고, 마을신문 기자들은 마을의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회의를 하며 마을신문 발행을 이어갔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신문네트워크를 통한 연합교육과 관련 기관의 연대 협력을 버팀목으로 평화동마을신문의 활동은 지속되었다.
타블로이드 8면(칼라4면/흑백4면) 신문 3,000부를 매달 1일 어김없이 발행했다. 우편발송과 마을 배포 과정은 복지관 공익근무자의 손을 빌릴 수 있어서 주민 기자들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주 1회 편집회의는 꾸준히 열었고, 워크숍과 창간기념행사, 지역 간담회 등이 이어졌으며, 우리동네TV뉴스 제작도 계속했다.
 2016년 총선에서 평화동마을신문은 주민기자들을 중심으로 선거문화 의식조사를 벌여 신문과 TV뉴스에서 심도있게 다루었다.
 

* 평화동마을신문은 2016년 12월 16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제4회전북민주언론상 시상식에서 우리동네TV시민제작단의 이름으로 ‘시민미디어상’을 수상했다.

2. 마을을 위한 지역협력사업

 평화동마을신문은, 2017년 7월 (재)생활문화진흥원의 <생활문화네트워크지역협력사업>에 선정되어 하반기 동안 평화1,2동을 아우르는 지역협력사업을 펼쳤다.
전국의 세 곳 마을공동체 중 하나이자, 마을신문으로서 유일하게 선정된 이 사업은, 기존 평화마을장터(평화2동.2013~ 현재)를 강력하게 협력지원해 온 결과다.
 이 사업을 통해 평화동마을신문은 마을장터 등 마을공동체 사업에서 소외돼 있던 평화1동의 주민모임들을 적극 지원했다. 봉사활동을 펴오던 <평화1동 네모의꿈>조직이 마을장터를 배우고 시도하게 만들었으며, 주말 카페 활동을 하던 <평화1동생활의발견> 모임과 주민 <목공교실>, 주민 <미디어교육>, <걷기모임>을 후원했다. 
 이 결과 평화동은, 기존 평화2동의 평화마을장터 외에 평화1동의 네모의꿈 마을장터가 생겨 매 달에 둘째 주말과 넷째 주말 마을장터가 번갈아 열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생활문화공동체 지역협력네트워크 사업 공동 워크숍. 완주 상관 유스호스텔에 전국의 세 네트워크 주체가 모였다.

3. 공간 마련, 독립 운영

 2016년 무산되었던 독립공간 마련은, 2017년 9월 마침내 그 물꼬를 텄다. 발행인의 한 지인이 오래 비어있던 4층 건물의 꼭대기 층 임대공간을 내주기로 한 것이다.
평수는 약 60평! 주민 단체인 마을신문이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울 만치 넓은 공간이었으나, 독립 운영을 위해서는 공간 마련이 필수라는 데에 동의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총 50일에 이르는 이사 대작전이 시작되었다. (이사 9월 10일~10월 31일. 11월 1일 개소식)
 편집인이 개인 사무실에서 쓰던 사무집기를 모두 가져오고, 주민기자들과 발행위원, 주민들의 후원으로 집기와 비품을 채웠으며, 공간 일부에는 주민기자들의 손으로 직접 방음시설을 갖춰 간이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이 기간에 들어온 도서는 총 1만여 권. 아동도서는 너무 많이 들어와 이 중 4천여 권을 모 아파트 도서관에 재후원했다. 심지어 헌 의류도 세 상자나 들어와 평화1동의 마을장터에 재후원.

 2017년 연말 총회에서 독립 운영을 결의한 평화동마을신문은, 임시 구성한 마을신문 발전위 회의(6차례)를 거쳐 2018년 2월 임시총회에서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 발행위원과 편집위원을 포함해 새로 위촉한 외부 인사까지 해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아래에 사무국, 재정국, 사업국을 두어 조직을 운영하기로 했다. 평화동 주민을 위한 ‘마을공동체’ 사업을 신설해 <마을신문 편집위원회>와 <꽃밭정이라디오> 모임, <철학강좌>, <글쓰기교실>, <음치교실>, <시모임>을 운영해왔다.
 평화동마을신문의 독립공간은 6개월 뒤 한 번 더 이사를 하며 안착하게 된다. 처음 공간이 너무 넓어 관리비만 월 30~40여만 원이 드는 형편에서, 공간을 내주었던 건물주의 제의를 받아들여 20평 규모 사무실로 재차 이사했다. 사무실 옆에 조립식 간이스튜디오 겸 강의실을 설치하고 옥상층의 넓은 테라스까지 붙어있어서 실제 사용면적은 50평이 넘는다. 관리비는 첫 공간의 3분의 1수준이고 조건 없는 무상임대다. 이 공간도 기자들이 직접 시멘트를 바르고 도배를 했으며, 각종 시설을 설치했다.     

2018년 당시 평화동마을신문 재정상태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 매달 평균 수입액 180만 원
  후원금 총액  130만 원(회원은, 광고후원 회원까지 총 82명)
  소모임 회비 50만 원 
- 매달 평균 지출액: 180만 원
  신문 발행비용(인쇄비, 발송비) 90만 원
  회의비, 기타 사무운영비 약 30만 원
  소모임 강사비 60만 원 (적자 운영)

조건없는 무상임대 공간은 사실 열악했다. 본 사무실은 비만 오면 물이 샜고, 건물주 승락을 받아 설치한 조립식 스튜디오 겸 강의실조차 바닥 경사로 인해 빗물에 침수되기 일쑤였다.
편집인을 비롯한 마을신문 회원들은, 2018년과 2019년의 마을신문 공간을 물 퍼내던 공간으로 기억한다. 이곳에서 라디오 녹음도 영상 녹화도 하고, 자체 프로그램은 물론 외부 위촉 강의까지 해냈으나, 물 퍼내는 시간은 힘겹기는 했다. 꼭대기층인 만큼 베란다에서 이따금 고기를 구워 먹으며 소소한 파티를 즐길 수 있었던 건, 행복한 추억이다.

그럼에도 2018년을 지나며, 평화동마을신문은 평화동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지는 마을 공동체 조직임을 자부하기에 이르렀다.
마을신문 발행과 자체 공간 운영 외에 마을 사업과 활동비 조달까지 100퍼센트 자체 운영을 목표로 삼고,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만으로 운영함으로써 기존 언론과는 달리 주민의 생활에 밀착하고, 누구도 소유하지 않으며,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사랑으로 유지하는 토대를 갖추기에 이르렀다.
 ‘주민 주도형 지역 언론’으로써 가능성을 꾸준히 고민해 온 평화동마을신문은. ‘독립된 지역공동체의 언론’으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방향에 따라 평화동마을신문은 지역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한편, 평화동의 일상을 소중히 하며, 주민을 이어주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제4기: 지역거점 공유공간의 시대 (2019~ 2021)]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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